어머 어머 어머낫!!!
지하철 마지막 계단을 내딛었을때 하마터면 넘어질 뻔했다.
검정 뾰족이 구두
파랑색 츄리링 바지(흰선두줄)
빨강색 바람막이 잠바
긴 흰머리에 검정 베레모
오 마이갓!
빤짝이는 은빛나뭇잎 모양의 귀걸이까지
거기에 이어폰도 꽂으셨다.
80세는 족히 보이시는 할아버지의 패션이다.
잠깐 스쳐 지나쳤을 뿐인데 강렬하게 뇌리에 팍 꽂혔다.
지나가던 비슷한 연령대의 할아버지가 한마디 하신다.
"미친놈 늙으려면 곱게 늙어야지 말세다 말세여"
웃음이 빵 터졌다 수습불가 크크크크
쥐구멍도 안보인다.
둘러보니 나만 웃는게 아니라 지하철에서 나오는 사람들이 멈춰서서
파랑츄리닝바지 할아버지와 욕하는 할아버지를 번갈아 쳐다보며 웃고들 있었다.
다행인건
파랑츄리닝바지 할아버지가 자기 욕하는 소리를 못 들었다는 거~
귀에 꽂고 있는 이어폰을 통해 오래된? 애창가요라도 듣고 계신걸까??
할아버지는 더딘 걸음이지만 당당하셨다.
파랑츄리닝바지 할아버지가 비록 (이유없이 아니 옷차림새에)욕은 먹었지만
난 멋지다고 생각했다.
그 연세에 쉽지않은 패션이다.
이 옷은 너무 눈에 튀는것 같아
신발 색깔이 좀 그러네
가방은 어떤걸 들까
언제 부터 내가 아닌 남의 기준에 신경을 쓰고 눈치를 보게 되었지.
우리는 나의 관점이 아닌 타인의 관점으로 보이는 것들에 온 신경을 쓰고 있다.
아니라고 하면서 타인의 시선에 얼마나 얽매여 살고 있는지~
내가 점점 사라지고 있는거다.
나는 과연 나 자신으로 살아가고 있는걸까??
파랑색츄리닝바지 할아버지 덕분?에 잃어버린 나의 가치관을 찾아보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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