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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더 춘심이

일상의 조각들

by wind15 2025. 5. 13. 2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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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심이는 이름이 촌스러워 개명을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다고 했다
4년째다 개명하겠다고 한지가...
작명소에서 3만원주고 지어온 이름이란다
봄처럼 예쁜마음 春心
이름처럼 얼굴도 동글동글 아주 귀엽다
 
춘심이가 서울에 왔다(춘심이는 강원도에 산다)
2년만에 온 춘심이에게 뭐가 하고싶은지 물어보니
"저 광화문도 가보고 싶구요 거기 교보문고도 있죠 거기도 가고싶어요"
"그리고 덕수궁도요"
춘심이는 서울에 오면 교보문고를 꼭 들린다 책 냄새가 좋단다
 
춘심이는 여러가지 사정으로 마음이 많이 아팠던 친구
지금은 지역아동센터에서 봉사를 하고있다
참 기특하고 예쁜친구다
뭐든지 해주고 싶은 친구다
 
서점에 오니 춘심이 얼굴이 환한 달빛이 됐다 
그렇게 실컷 책냄새?를 맡더니
"배고파요 밥먹어요" 
시간이 어중간한 탓에 가까운 곳으로 데려갔다
"음 우와 너무 비싸요 뭐시 이래 비싸요"
역시 그말이 왜 안나오나 했다

춘심이는 만원이 넘어가는 음식은 잘 안먹으려고 한다 너무 비싸다고 
"이 돈이면 아그들 빵을 사는데 이 돈이면 아그들 양말을 사는데..."
아끼고 아껴 아이들에게 최선을 다해준다
먹는거 입는거 모두 다
그래서 별명이 마더 춘심이다
 
음식점에 가면 남는건 다 싸온다 남기면 아깝다고(일회용 비닐팩은 필수)
또 추가로 반찬을 더 갖다 달라고 해서도 안된다
남아 있는거 먹으면 된다며 못시키게한다(서비스반찬인데도)
 
처음에 춘심이를 만나게 된것도 밥자리?에서다
발표회 회식자리였는데(약간 어려운 자리)
내 앞자리에 앉은 사람이...
"여기는 이거 안먹을건가 봐여(앞에 있던 반찬을 옆으로 넘기면서)드세요"
"어 여기 남았는데 드려요?"
반찬을 추가로 갖다 달라고 할때마다 앞에있는 반찬을 집어주면서 제지를 한다
어르신들도 계시고 더 먹고싶은 반찬도 있을텐데 자꾸 못시키게 하니 
사람들도 굳이 더 시키려고도 안했다
 
난 당연히 짜증이 났고(속으로만ㅜㅜ)
먹다 남은 반찬을 자꾸 먹으라고 옆테이블로 넘겨주니 
거기계신 분들도 눈치를 챘는지 분위기는 그닥 좋지 않았다
그렇게 모든 음식을 시키지 못하게 제지했던 사람이 바로 춘심이였다
식사후
뭐 그런 사람이 있냐며 이런자리에서 그러면 실례라고 등등 뒷말이 많았고
난 한 동안 그런 춘심이를 잊고있었다 
 
8개월쯤 지나 나를 만나고 싶다는 춘심이의 전갈을 건너건너 받고 사실은 망설였다
만날이유가 0도 없으니까 
아는 사람도 잘 안만나는 판국에 모르는 사람을 내가 왜?? 그리고 그날 그런일도 있었고
(마음이 밴댕이다)
그러다 춘심이의 사연을 듣고
한치 망설임도 없이 강원도로 내가 갔었다
 
춘심이는 5살이후로(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여러 기관을 거치면서 살아왔다
그러다보니 몸도 마음도 많이 지쳤고 그래서 모든걸 포기하려고 했었는데...

우연히 걷던 골목길
들려오는 아기 울음소리에 갑자기 자기도 덩달아 눈물이 났고
나중에는 엉엉 소리까지내서 울었다고 했다
얼마나 울었는지 아기는 울음을 그쳤는데 자기는 계속 울고 있더라구
그렇게 울고나니(지금도 그게 뭔지는 모르겠단다) 마음이 편해졌고 
그 골목을 나옴과 동시에 긴 어둠의 터널을 나왔노라고 표현했었다

그리고
처음 시작한 일이 아이들을 위한 일이었던거다
춘심이는 왕이모 포스다 
얼마나 씩씩하고 아이들에게 잘하는지
강원도에서 춘심이를 모르면 강원도사람이 아니라고 했다
 
그런 춘심이가 절약이 몸에 베이다보니 
식당에서 버려지는 음식들이 그렇게 아까울수가 없더란다
그때부터 춘심이는 남은 밥과 반찬을 싸오기 시작했다고
(아이들에게 주는 것이 아니라 며칠이고 자신이 그걸 먹는다고 한다)
"쌀 한톨이 나오려면 농부가 논에 몇번을 가야하는지 아세요?"
뜬금없는 춘심이의 질문
"100번 이상이래요 그래야 쌀이 나온다니 한톨이라도 버려선 안되죠"
 
그날이후로
반찬을(추가로) 좀 덜 시키려고 노력은 하는데 순간 까먹는다
식당에서
끊임없이 "여기있는대요"를 외친 춘심이 마음을 알것같다
춘심아
마음이 어찌이리 예쁠꼬
 
후에 춘심이에게 물었다
"근데 나를 어떻게 알고 만나자고 했어?"
"그때 생각안나요
내가 남은밥 비닐에 담고있는데 카운터에 가서 큰 비닐봉지 갖다주셨잖아요
여기 넣으세요"하면서
"그게 좋았어요 그 손톱도요 제 스타일이거든요 하하하"
"어머머 내가 그랬니"
(춘심아 미안해 나 그때 너 흉봣쪄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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