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조각들 13

마더 춘심이

춘심이는 이름이 촌스러워 개명을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다고 했다4년째다 개명하겠다고 한지가...작명소에서 3만원주고 지어온 이름이란다봄처럼 예쁜마음 春心이름과는 정반대로 얼굴은 동글동글 아주 귀엽다 춘심이가 서울에 왔다(춘심이는 강원도에 산다)2년만에 온 춘심이에게 뭐가 하고싶은지 물어보니"저 광화문도 가보고 싶구요 거기 교보문고도 있죠 거기도 가고싶어요""그리고 덕수궁도요"춘심이는 서울에 오면 교보문고를 꼭 들린다 책 냄새가 좋단다 춘심이는 여러가지 사정으로 마음이 많이 아팠던 친구지금은 지역아동센터에서 봉사를 하고있다참 기특하고 예쁜친구다뭐든지 해주고 싶은 친구다 서점에 오니 춘심이 얼굴이 환한 달빛이 됐다 그렇게 실컷 책냄새?를 맡더니"배고파요 밥먹어요" 시간이 어중간한 탓에 가까운 곳으로 데려갔다"..

일상의 조각들 2025.05.13

낭만에 대하여

맥주한잔에고민과 번뇌를 달래던 때가 있었지심각한 표정의 너와 나는누가보면 소크라테스 제자인줄 알았을거야그땐 무에그리 생각이 많았을까어둠 침침한 선술집에서 논했던 사회학개론윤동주의 서시Rockwell의 Knife는 우리의 섣부른 가슴에 불을 질렀지공부보다는 생과 삶을 논하며 얇팍한 주머니들 털어밥대신 술로 배를 채우고우리의 젊은 쓰임에 대하여 침튀며 밤새 얘기를 나눴지갓 스무살 짜리들이 인생을 알면 얼마나 안다고온갖폼은 다 잡고 다니던 그런때가 있었지 마음에 갖가지 색이 입혀질때마다심장도덩달아 울긋불긋 폭발할것만 같았던 때가 있었지인연 하나 다가와 그 사랑 영원할줄 알았는데아픔만 남겨주고 가버리고그렇게 인연이 하나 하나 늘어갈때마다설레이는 마음만큼상심도 늘어 사랑마음을 닫아버린때도 있었지매일 들리던 카페엔..

일상의 조각들 2025.05.09

동그라미는 동그라미끼리

비가 온다고 해서비 마중을 핑계로 아침일찍 움직였다아주 고요한 커피를 만나고 싶어서다버스를 2번이나 갈아타고 찾아간 곳이 아침에 여기까지 누가올까? 라는 생각에 약간 흥분이 되기도 했다톡또르르 톡또르르우산에 부딪히는 빗소리가 참 좋다카페에 문을 열고 주문을 하고 2층으로 올라갔다아무도 없었다'그래 바로 이거야'통창을 통해 바라본 거리는동화책 속에 나오는 그림처럼 투명한 물빛 세계가 펼쳐졌다커피비오는 거리풍경오래된 시집 한권오늘은 한 없이 너그러운 내가 될수 있을것 같았다세상을 다 가진것 같이 행복하다(커피한잔에)이제 막 커피를 마시려는데..."동그라미는 동그라미끼리 세모는 세모끼리 이어봐 줄을 그으라고"'어 어디서 이게 무슨소리'카페 기둥뒤에 사람이 있었는데 보질못했다기둥뒤라 보이지 않았던거다"그렇치 그..

일상의 조각들 2025.05.01

묵언 식당

배가 많이 고팠다.오랜만에 연락이 닿은 선생님들을 만나 맛집을 찾아갔는데앵 휴무란다.두번째로 맛있는 집이라고 나를 데리고 갔는데...일단 줄을 서야했다.사실 난 맛집보다는 편안한 집을 선호한다.부산스럽게 먹는것도 그렇고 뒤에 누가 기다리고 있으면 밥이 안 넘어간다. 기다리니 번호를 불렀다.바 형태의 식당이었는데 아무튼 주문을 했고 같이 온 선생님이 이 곳에 대해 설명을 하고 있었다."여기는요~"그때 온통 검정으로 치장한 아저씨(그 곳 사장님이셨다)가 손가락을 꾹꾹 누르며 테이블 위를 가리키고 있었고우리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아저씨 손가락을 놓칠세라 열심히 따라갔다.'여기는 주인장의 뜻에 따라 조용히 식사를 하시고 얘기는 삼가해주세요'오마이갓!!여긴 묵언식당이었던거다.순간 분위기를 감지했는데 후루룩 후루룩..

일상의 조각들 2025.04.21

대한민국의 아주머니는 지치지 않는다

난 가끔고속버스를 타러간다.목적지가 있는 경우도 있지만그렇치 않은 경우도 있다. 고속버스여행을 할때 좌석배치는 그야말로 로또다당연히 1인석을 예매하지만 그러지 못할경우도 있기때문이다.예전에 1인 좌석이 없었을때남자는 예쁜여자가 여자는 멋진 남자가 옆에 앉게되면그날은 세상 설레는 날이되었고우연을 가장한 인연을 만들 상상에 빠지기도 했었다.버스든 기차든어떤 사람들이 타느냐에 따라 그날 여행의 기분이 좌지우지 되기도 하니까 말이다.9시20분예매할때부터 불안했다요일중에 제일 한가한 요일인데 좌석이 없다.난 늘 3번 좌석만 이용한다3번이 없으면 시간을 바꿀정도니까오늘은 1번불안한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시끌벅적60대정도의 아주머니들이 단체로 여행을 가시나보다. (어쩐지 표가 없더라니)서있는 줄을 헤치고 앞서서 ..

일상의 조각들 2025.04.15

산봉우리에서 노래하는 두견새

그래서 내이름이 두봉입니다 하하하주교님만의 재치있는 이름 뜻풀이 입니다.4월10일 하느님품으로 가신 두봉주교님 오늘 장례미사가 있었습니다. 좌우명은 '기쁘고 떳떳하게'마지막 말씀은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였습니다. 두봉주교님은 1929년 프랑스에서 태어나셨고세례명은 레나토 본명은 르네 마리 알베르 뒤퐁입니다.1954년 사제서품을 받으신지 6개월만에외방선교회 신부님으로 한국에 오셔서 평생을 한국에 헌신하셨습니다.특히 농민과 약자 인권과 평화의 가치를 실천하며 '가난한 이의 벗'으로 불리셨습니다. 신부님의 일화는 참 많습니다. 안동의 시골마을겨울바람이 매서운날 두봉주교님은 낡은 자전거를 타고 미사를 드리러 갔다.신자들이 "신부님 추운데 차를 타시지 왜 자전거를 타세요?" 라고 묻자신부님은 껄껄 웃..

일상의 조각들 2025.04.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