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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선장수 25학번

일상의 조각들

by wind15 2025. 5. 15. 2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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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은
아침잠을 설쳤는지
머리는 까치두마리가 집을 짓고
목에는 흰색수건을 두르고 
허리엔 군방색 앞치마를 질끈 동여 매었다
검정도 아니고 파랑도 아닌 어정쩡한 색의 장화를 신고
빨간 고무장갑을 끼고 있었다
 
마트도 아니고 가게도 아닌 
재래시장 가건물 한켠
나무판을 얼기설기 엮은 좌판위에 얼음을 깔고
생선들을 가지런히 진열해두었다
삼치 고등어 갈치 아귀 우럭 임연수어 조기 냉동오징어등등
줄 맞춰 한줄로 누워있고
틈 사이로 바지락 모기조개도 보인다
 
동그란 나무뿌리 도마에 올라간 삼치는
탁탁탁 조림용이 되어내려오고
소금찜질을 당한 고등어는 할머니 장바구니로 들어간다
청년의 손놀림은 거침이 없다
 
지인과 함께한 재래시장에서 만난 젊은이다
지인 말을 의하면 
처음엔 청년의 엄마가 생선을 팔았는데
어느날 가게에서 일하다 쓰러졌고 
수술후 안좋아져서 요양병원으로 가게되었다고 했다 그 비용을 벌기위해 
엄마의 생선가게를 이어 가는거라고 

그런데 25는 뭐야?
이름이 25학번인 이유는
올해 대학교에 들어간 신입생이란다
공부를 아주 잘해서 생선파는 아주머니의 자랑이었고
시장상인들이 학교이름대신 '25학생'이라고 부른게
아예 이름이 된거라고 했다
 
요즘 보기드문 청년일세 참 열심히 사네
청년같은 사람이 있는 우리나라 미래가 밝게구나 생각하니 기분이 좋았다
"우리도 생선사자"
"응 지금??"
"우리가 팔아주자"
"...오늘 날이 더워서 냄새 날텐데..."(날이 많이 더웠다)
"자기들은 뭐 생선 안먹나"
 
가까이 가서 보니 청년이 아주 잘생겼다 탈렌트 ***과 닮았네(지인이 더 좋아한다)
"어머머머 진짜 형제같아" 
25학번 청년의 효심에 반하고 
25학번 청년의 외모에 반해서 그만 사고를 치고 말았다
생선을 생선을
10만원어치나 산거였다
 
아무렴 어떤가 오늘 난 멋진 청년을 만났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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