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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연향 (龍涎香)

일상의 조각들

by wind15 2025. 6. 20. 0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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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푸른 바다의 심연에서
3000미터 이상 잠수하는 고래 
수 천년 바다의 거친숨결을
켜켜이 가슴에 감추고 거대한 한을 뿜어내는 고래
딱딱딱 딱딱 딱
넓디 넓은 바다에 고독한 방랑자가 되어 떠돈다 
 
칠흑같은 어둠과 깊은 침묵
거친 파도와 무한의 겨운 외로움을 
견디다 견디다
심연 깊숙히 몸을 감춘다
 
외로움에 할퀸 목구멍의 아림은 
바다의 모든 비극과 고뇌를 삼키지 못하고 울고있다
도저히 넘길수 없는 통증이 동반되어
온 몸을 뒤흔드는 고통으로 내장까지 게워냈다
 
딱딱딱 딱딱 딱
거친 숨소리
그렇게 터져나온 검붉은 핏빛
슬픔의 조각들이 회색으로 변하고 단단하게 굳어져
마침내 태초에 신비로운 향을 품었다
 
그것은 
고독한 영혼이 남긴
가장 아름답고 아련한 잔향이 되었다
고통 끝에 남겨진 향
바다에게 바치는 가장 깊고 오래된 고백
고래의 숨결이
인간의 코끝에서 다시 살아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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