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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길아 인삼 캐러 갈래

일상의 조각들

by wind15 2025. 5. 6.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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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살때로 기억한다
엄마는 내게 
흰블라우스에 감청색 멜빵치마를 입히고(옷이 예뻐서 지금도 기억한다)
빨강색에 노랑줄무늬가 있는 구두를 신기고
기차를 타러갔다
시골에 계신 큰할아버지댁에 가야 한다고 했다
(나중에 알게 되었는데 내 할아버지의 형님이시다)
 
서울에서 나고 자란 나는 
어린 눈에도 
덜컹거리며 지나가는 풍경 하나하나가 신비로웠다
 
그렇게 넓은 땅도 처음 보았다(시골 풍경)
흙 색깔이 정말 크레파스에 있는 황토색이랑 똑 같았다
큰 할아버지댁 마당엔 나보다 더 큰개가 있었고 
처마끝에는 옥수수가 거꾸로 대롱대롱 매달려 있었다
 
그 곳엔 
내 또래 머스마가 있었는데 
이름은 동길이다
동길이는 서울서 온 나를 신기해했고 
나는 시골에서 사는 동길이가 신기했다
아이들이 많치 않았던지라 
동길이와 나는 금세 친구가 되어
온 동네를 뛰어다녔다
동길이가 앞장 서면 나는 쫄병이 되어 졸졸 따라다녔다
동길이는 토끼마냥 깡총깡총 잘도 달렸다

동길이는 
나를 항아리가 잔뜩 있는 곳으로 데려가서는
제일 작은 항아리 뚜껑을 열고 손을 넣더니 뭔가를 꺼냈다
그건 쭈글쭈글한 사과였는데 
동길이가 쓰윽 옷에 문지른 사과를 내입에 바짝 들이밀면서
"먹어 마시써 먹어"
난 입을 벌리고 '아삭아삭' 베어 먹었다
'맛있다'
쭈글한 사과의 맛이 달고나보다 더 달았다
 
동길이는 또 달렸다(그때 왜 그렇게 뜀박질만 했는지 모르겠다)
나도 달렸다
동길이가 언덕 같은데로 올라간다
나도 따라서 올라갔다
"여기 인삼 있어"
"뭐 인삼 인삼이 어딨어?"(책에서 본 인삼이 생각났다 비싸고 좋은거로 기억했던)
동길이가 저쪽에서 기다란 나무막대기를 주어서 내게 준다
"이거로 파면 인삼이 나와 파바" 방법을 모르는 나는 나무막대기만 들고 있다
동길이는 맨손으로 땅을 판다 아무것도 안나온다
"저기 그거 줘바"(내 막대기를 달란다)
막대기로 땅을 몇번 헤집더니 진짜 인삼이 나왔다
"야아 인삼이닷 와 나두나두 할래"
막대기를 이어 받은 나는 동길이 처럼 땅을 파대기 시작했다
"우아아 진짜 인삼이 나와 와아"
동길이도 막대기를 주워와서 땅을 판다
우리는 인삼을 파내느라(캐느라)정신도 없었고 시간이 얼마큼 지났는지도 몰랐다
흙을 온통 뒤집어 쓰면서도 우리는 깔깔대며 세상 신이났다

우리가 안보인다며
동만이 오빠가
(오빠 머리가 빡빡이여서 중학생쯤 되었던것 같다 동길이 형이다))
언덕으로(그냥 밭이었는데 그때 우리가 키가 작아서 언덕처럼 보였었다)
우리를 찾아왔다
"야 너희들 여기서 뭐해 어어어 이거 너희가 그런거야"
나는 오빠에게 아주 자랑스럽게 말했다
"오빠 우리가 인삼밭을 발견했어"
"이것 봐 우리가 다 땅속에서 꺼낸거야 만치"
 
머리는 산발 옷도 신발도 흙투성이인 채
오빠 손에 끌려오다시피 집으로 왔는데...
"할아버지 엄마 작은엄마 나와보세요"(집안에 있는 사람은 다 부른것 같다)
"얘네들이 도라지밭을 다 파헤쳐서 엉망으로 해놨어요 우리밭 말구 
경철이네 할아버지 도라지밭이요"
 
멀쩡한 도라지밭을 인삼이라고 다 헤집어 놨으니
그날 우린 아주 많이 혼났다
동길이도 울고 나도 울고
엉엉엉
"그거 인삼이야 도라지 아니라구우"
나는 울면서도 계속 우겼고 그래서 더 혼났다
그렇게 한동안 난 도라지와 인삼을 헷갈려 했다
 
동길아
우리 진짜 인삼캐러 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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