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새들이 쪼르르 풀밭에 앉아 논다
하얀 반지꽃이 피었다
소꿉놀이에 등장하는 반지꽃
반지로 만들어
너도 끼고 나도 끼도
우리들 손가락은 금세 하얀 꽃이 가득
솜씨 좋은 은실이가
팔찌도 만들고 화관도 만들고
그 날 우리는 아름다운 공주님이 되었다
하얀 반지꽃이 어린시절 하나를 꺼내주네
그 시절엔
하얀꽃만으로도 세상 행복했는데
이제 마음 주머니는 점점 욕심덩이로 채워지고
반지꽃 대신
네잎클로버를 찾아 풀속을 뒤적인다
행운을 찾고 있는 걸까
아니면 그 시절을 찾고 있는 걸까
풀숲에서 서글픈 소리가 새어나온다
솜씨 좋았던 은실이는 잘살고 있겠지
반지꽃의 추억을 기억하고 있으려나
나이가 들어가면서
놓치고 잃어지는 것들이 하나 둘 늘어간다
참새들이 다시 쪼르르 모여든다
풀잎사이로 하얀 반지꽃이 가득 피어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