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봄 여름 가을 겨울 7

몽당연필

나는 몽당연필을 좋아한다.구름만큼이나 푸근하고 정감이 있어 좋다.서점에 갔다가 우연히 본 몽당연필커다란 투명 상자안에 가득차 있었다. 수많은 말과 마음을 눌러 담고 살아온 너를한 동안 서서 가만히 바라보았다.마치 그 수많은 연필들이 지나온 흔적을 쫒아가듯이 말이다.얼마나 애썼을까 어느땐누군가의 마음이 되어 사랑하는 이에게 보내는 편지가 되기도하고때로는 이루지 못한 사랑에 이별을 써서 고하기도 했으리라.멀리 계신 부모님께 안부를 전하며친구에게는 우정을 호소하기도 했겠지. 오랜시간 조심스레 눌러쓴 마음들모든 이야기를 다 쓰고 네 몫을 다하고서야 이 곳으로 온 너너에게도 쉼이 필요했나보구나그런 너에게 내 마음이 머문다.

데카메론1

데카(deca)는 열(10)을메론(hemera)은(day) 날을 의미하며 그리스어에서 유래함. 수족관 이야기 우리집은 골목에서 첫번째집 마당이 있는 단층집이다.꽃을 좋아하는 엄마가 철마다 새로운 꽃들을 피웠고그꽃들은 엄마가 애지중지 가꾼거란걸 나중에서야 알게되었다.우리집 담장은 그리 높지않아서 까치발을 하면 마당에 꽃들이 밖에서 보였다. 아빠는만들기 대장님뚝딱 하면 책꽂이가 나왔고 뚝딱 하면 신발장이 나왔다.어느날마당에서 비행기창문?으로 수족관을 만들고 계셨다.아빠가 그렇게 설명을 해주셨었다.그건 어항이랑은 차원이 달랐고 말그대로 대형 수족관이었다.엄마가 아빠한테 뭐라고 하신 것 같은데 기억은 안난다.아마도"그걸 어디다 둘거냐"고 "누가 청소 할거냐"고 그랬던것 같다.아빠는 아무말도 안하셨다. 온종일 걸..

시지프스의 신화

오늘 하루 분주하게 나를 만듦에 미안함을 표하며눈을 감는다한치의 오차도 없이 짜여진 시간표대로 나를 돌리고 나니지친다누가 시킨것도 아닌데 나는 명령을 수행하는 군인처럼 움직이고 있다마치 시지프스처럼~ 시지프스지혜롭지만 교활한 코린토스의 왕신들을 속이고 운명을 조작하려다 제우스의 노여움을 샀고 죽은뒤 저승에서 거대한 바위를 산정상까지 밀어올리는 형벌을 받는다그러나 바위는 정상에 도달함과 동시에 다시 아래로 굴러 떨어지고 시지프스는 산 아래에서 산 꼭대기로 밀어 올리기를 반복 해야만 한다끝없는 반복과 무의미한 고통의 상징 처음부터 어디가 잘못되었는지 조차 가늠할수 없는 삶이 버겁다꺽꺽거리며 한 고개 한 고개 넘어 고갯 길 다 넘었다 했더니굽이굽이 골짜기가 앞에 놓였네꺼이꺼이 울면서 헤쳐 지나가니집채만한 바위..

소녀의 믿음을 보시고 ~

비가 내렸으면 좋겠다.연회색 하늘이 점점 짙어지고 있지만 아직 비는 내리지 않는다. 산이 타고 있다.며칠째 타고 있다.나무들이 불에 타 죽고있다.얼마나 더 타들어 가야하는지바라보는 우리들 마음도 타들어 간다.많은 사람들이 집을 잃고 목숨도 잃었다.불이 번지는 속도가 시간당 8.2km로 역대 최고라고 한다.인재로 시작된 불이지만 사람이 감당 할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두손 모아 하늘에 비를 청하는 기도 올린다. 인디언 마을에 오랫동안 비가 오지않아 기우제를 지내기로 했다.모두들 간절한 마음을 담아 기도했으나 여전히 비는 내리지 않았다.그렇게 하기를 한달 하고도 열흘이 지났지만 하늘은 여전히 맑기만 하였고실망한 사람들은 집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었다.그때 인디언 샤먼이 돌아가는 마을 사람들을 향해 소리쳤다."..

사제의 기도

사랑의 하느님저를 당신의 완전한 가난이 되게 하소서.당신 앞에 저 자신의모든것을 잃어버리게 하소서.당신 앞에 비워진 제 안에당신의 은총으로 충만하게 하소서.당신의 은총으로 충만함은 제가 당신처럼모든 것 내어주는 사랑이기에저의 모든 것"저의 사랑" 마저도 가져가소서.오롯이 당신의 사랑으로 사랑하게 하소서.오롯이 당신의 사랑이 되게 하소서.사랑이신 하느님세상의 즐거움을 향한저의 유혹을 당신이 아시오니나약한 저의 모든 생각과 말과 행동을당신께 맡기옵니다.이제 저의 남은 생애당신께 모든 것을 바치오니당신의 빛을 저에게 비추어 주시어당신 사랑으로 정화되고당신 사랑으로 일치되게 하소서.오직 제 안에"당신의 사랑"만을 남겨 두시고모두 가져 가소서.당신의 사랑만이 저의 몫이게 하소서.아멘-안셀모 수도사제-

아야야 할머니와 네네 손자

"아야야야 아이구 팔이 아파서 뭘 들수가 없다 아고고 물 한잔 갖다주면 고맙겠다""네 할머니 여기요 드세요""아야야야 내가 왜 이러지 걸을 수가 없다 나 좀 잡아주면 고맙겠다""네 할머니 저 잡으세요"어 이상한데~아까 화분에 물주실때 아무렇치도 않으셨는데??어 이상한데~좀 전에 베란다에 빨래도 너셨는데??아야야 할머니는 엄살이 심한것 같다. 아야야 할머니 딸이 말한다."엄마 걸어야 돼요 움직여야 된다구요" 하자"내가 여북하면 이러겠니 알지도 못하면서 잔소리는~ 그만 가라" 이번엔 아들이 말한다."어머니 매일 조금씩이라도 걸으셔야 해요 안 그럼 근육이 굳어져서 점점 힘드세요""그래 알았다 내 해보마 밥 먹고 가거라"딸 아들의 차별적 반응이다.아야야 할머니는 조선시대에 살고 계심이 분명하다. 아야야 할머니 ..

봄날 붕어빵 아가씨

며칠 전부터 눈에 밟히는 아가씨가 생겼다.단발머리에 파마를 한 앳된 아가씨가큰 길 사거리에서 붕어빵을 굽고 있다.이상하네 한 겨울에는 없었는데...이 봄날에??호기심에 한두번 붕어빵을 샀는데 여간 붙임성이 좋은게 아니다.내가 팥이 들어있는 붕어빵만 산다는 것과꼭 4천원어치 사는데 2개의 봉투에 나눠간다는 것같은 시간에 횡단보도를 건넌다는 걸 알고 있다.네번째 붕어빵을 사러갔을때 아가씨가 먼저 말을 걸었다"붕어빵 좋아하시나 봐요 하루 건너 오시네요""아 녜~좋아해요 요즘은 붕어빵 파는 곳이 없어서...근데 봄에는 잘 안팔리지 않나요?"(붕어빵 하나 사면서 웬 오지랖) 내친김에 궁금한 걸 물었다."아 그러지않아도 날 더워지면 다른거로 바꿔야 하는데 고민이예요""아직 어려보이시는데?"(어쩌다가 붕어빵을 굽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