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째 쓰고 있는 가방이 있다.
가죽으로 만든것도 아니고 명품은 더더욱 아니다.
천으로 만든 가방이다.
처음엔 눈처럼 새하얀색이었는데...
더러워질세라 빨고 또 빨고
그렇게 7년이 지난 지금은 누렇게 변했다.
2555일을 들고 다녔는데 오죽하랴
친구가 한마디 한다.
"좀 버려라"
나는 이 낡은 가방이 참 좋다.
크기도 커서 많이 잘도 들어간다.
어떤 날은 도서관에서 빌린 책들이 서너권씩 척척 들어가고
또 어떤 날은 빵을 잔뜩 사서 넣어도 가방은 입 꾹 표시도 안난다.
친구를 만날때면 할 말을 가득 담아 가고
데이트를 할때면 이것저것 화장품과 함께 들뜬 마음을 슬쩍 넣기도 한다.
어떤 곳에서도 나서지 않고
묵묵히 내곁에 있는 이 누런 가방이 나는 좋다.
저마다 때로는
버려야 하는데 버릴 수 없는 것들이 있다.
특히나 추억이 있는 물건은 고민을 하게 된다.
추억이 깃든 그 순간부터는 단순한 물건이 아니기 때문이다.
낡은 내 가방안에는
하루하루를 살아내며 마주했던
수 많은 감정과 기억들이 소리없이 스며들어 있다.
셀레이는 날엔 심장이 두근거리는 소리를 듣고 있었고
마음이 슬픈 날엔 울고있는 나를 품고 있었다.
소중한 사람과 나눈 대화는 혹여 잊힐까 나 몰래 꼬옥 접어 넣어두었다.
내 삶의 페이지가 고스란히 담겨있는
낡고 누런 이 가방을
나는 첫사랑 만큼이나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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