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기록

버리지 못하는 것들에 대하여

wind15 2025. 4. 10. 21:46

7년째 쓰고 있는 가방이 있다.

가죽으로 만든것도 아니고 명품은 더더욱 아니다.

천으로 만든 가방이다.

처음엔 눈처럼 새하얀색이었는데...

더러워질세라 빨고 또 빨고

그렇게 7년이 지난 지금은 누렇게 변했다.

2555일을 들고 다녔는데 오죽하랴

 

친구가 한마디 한다.

"좀 버려라"

 

나는 이 낡은 가방이 참 좋다.

크기도 커서 많이 잘도 들어간다.

어떤 날은 도서관에서 빌린 책들이 서너권씩 척척 들어가고

또 어떤 날은 빵을 잔뜩 사서 넣어도 가방은 입 꾹 표시도 안난다.

친구를 만날때면 할 말을 가득 담아 가고

데이트를 할때면 이것저것 화장품과 함께 들뜬 마음을 슬쩍 넣기도 한다.

어떤 곳에서도 나서지 않고 

묵묵히 내곁에 있는 이 누런 가방이 나는 좋다.

 

저마다 때로는 

버려야 하는데 버릴 수 없는 것들이 있다.

특히나 추억이 있는 물건은 고민을 하게 된다.

추억이 깃든 그 순간부터는 단순한 물건이 아니기 때문이다.

 

낡은 내 가방안에는

하루하루를 살아내며 마주했던

수 많은 감정과 기억들이 소리없이 스며들어 있다.

셀레이는 날엔 심장이 두근거리는 소리를 듣고 있었고

마음이 슬픈 날엔 울고있는 나를 품고 있었다.

소중한 사람과 나눈 대화는 혹여 잊힐까 나 몰래 꼬옥 접어 넣어두었다.

내 삶의 페이지가 고스란히 담겨있는

낡고 누런 이 가방을

나는 첫사랑 만큼이나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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