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은 갔습니다
사랑하는 나의 님은 갔습니다
푸른 산빛을 깨치고 단풍나무 숲을 향하여 난 작은 길을 걸어서
차마 떨치고 갔습니다 -한용운-
고등학교 교과서에 나온 詩
우리때는
왜 그리 詩를 많이 외우게 했는지
그땐 싫었는데
지금까지도
詩제목과 함께
바로 입에서 술술 나오는 걸 보니
시간이 많이 지난 요즘엔
참 잘외웠구나 라는 생각이 든다
문우당이란
41년된 서점을 들리게 된건
낯선 도시에서 길을 잃어서이다
문우당 첫인상은
탄성이 절로 나올 정도로 아주 섬세하게 꾸며져 있었고
하루종일 있어도 지루하지 않을것 같았다
이리저리 책구경을 하다가
눈에 들어온 책 한권
짙은 고동색표지의 '님의 침묵'이었다
순간 입이 먼저움직였다
날카로운 첫 키스의 추억은 나의 운명의 지침을 돌려놓고 뒷 걸음질 쳐서 사라졌습니다
나는 향기로운 님의 말소리에 귀먹고 꽃다운 님의 얼굴에 눈 멀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앞에 선 부끄러운 여인마냥
가슴이 뛰었다
잊고 있었던 詩 한소절 그속에 내가 있었다
외우던 詩가 수십년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내게 가슴떨림을 선사해 줄지 누가 알았을까
그 시절 詩는
우리의 젊음이었고 사랑이었고 인생이었으리라
낯선 도시에서 만난 님은 세상살이에 지친 나를 안아주었고
잃어버린 추억도 한웅큼 쓰윽 쥐어주었다
복잡한 인생길 길잃고 헤메이지 말며
삶의 돌뿌리에 걸려 넘어질때 추억하나 꺼내 먹고 힘내라고
우리는 만날때 떠날 것을 염려하는 것과 같이 떠날때에 다시 만날것을 믿습니다
아 아 님은 갔지마는 나는 님을 보내지 아니하였습니다
제 곡조를 못 이기는 사랑의 노래는 님의 침묵을 휩싸고 돕니다
-한용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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