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대한민국의 아주머니는 지치지 않는다

일상의 조각들

by wind15 2025. 4. 15. 21:36

본문

 

난 가끔고속버스를 타러간다.
목적지가 있는 경우도 있지만
그렇치 않은 경우도 있다.

고속버스여행을 할때
좌석배치는 그야말로 로또다
당연히 1인석을 예매하지만
그러지 못할경우도 있기때문이다.

예전에 1인 좌석이 없었을때
남자는 예쁜여자가
여자는 멋진 남자가 옆에 앉게되면
그날은 세상 설레는 날이되었고
우연을 가장한 인연을 만들 상상에 빠지기도 했었다.

버스든 기차든
어떤 사람들이  타느냐에 따라 그날 여행의 기분이 좌지우지 되기도 하니까 말이다.

9시20분
예매할때부터 불안했다
요일중에 제일 한가한 요일인데 좌석이 없다.
난 늘 3번 좌석만 이용한다
3번이 없으면 시간을 바꿀정도니까
오늘은 1번
불안한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시끌벅적
60대정도의 아주머니들이 단체로 여행을 가시나보다. (어쩐지 표가 없더라니)
서있는 줄을 헤치고 앞서서  짐을 실으신다.
삑 바코드입력
차에 오르는 순간부터 시작된 말씀?들이
잠시도 쉬지않고 끊임없이 계속되었다.

그분들의 이야기 소리에 나도 일행이 되어
귀를 기우린다.
(소리가 하도 커서 본의아니게 어떤분 집안일까지 알게됐다)

문제는
탑승후 40여분이 지났을때 일어났다.
이야기 소리는 점점 절정에 이르렀고
지침이 없으셨다.
이것저것 간식 먹는소리
물병 우그러뜨리는 소리
버스내부가 좀 많이 시끄러웠다.
"거 좀 조용히 갑시다 여기 떠드는 사람이 어디있어요"
아저씨 한분이 소리쳤다
순간 버스안은 얼음~
다행히 아주머니들도 조용~
버스안은 모두들 긴장~

그러나 기우였다.
아주머님들은 용감했다.
침묵이 30분을 못갔다.
아주머님들의 수다를  누가 이기랴.

"죄송합니다 저희가 밥만하다가 오래간만에
놀러를 가다보니  너무 좋아서 시끄러웠네요
작은소리로 떠들께요 아저씨 미안해요"
재치있는 아주머니의 말 한마디로
버스안은 웃음이 빵 하고 터졌다

2시간 넘게
수다에 웃음을 덤으로 얹은
고속버스는 목적지를 향해 신나게 달렸다.




'일상의 조각들' 카테고리의 다른 글

뫼비우스의 삶  (0) 2025.04.19
님은 갔습니다  (2) 2025.04.17
산봉우리에서 노래하는 두견새  (4) 2025.04.14
당신 생각은 어떻소?  (2) 2025.04.13
버리지 못하는 것들에 대하여  (4) 2025.04.10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