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부터 눈에 밟히는 아가씨가 생겼다.
단발머리에 파마를 한 앳된 아가씨가
큰 길 사거리에서 붕어빵을 굽고 있다.
이상하네 한 겨울에는 없었는데...이 봄날에??
호기심에 한두번 붕어빵을 샀는데 여간 붙임성이 좋은게 아니다.
내가 팥이 들어있는 붕어빵만 산다는 것과
꼭 4천원어치 사는데 2개의 봉투에 나눠간다는 것
같은 시간에 횡단보도를 건넌다는 걸 알고 있다.
네번째 붕어빵을 사러갔을때 아가씨가 먼저 말을 걸었다
"붕어빵 좋아하시나 봐요 하루 건너 오시네요"
"아 녜~좋아해요 요즘은 붕어빵 파는 곳이 없어서...근데 봄에는 잘 안팔리지 않나요?"
(붕어빵 하나 사면서 웬 오지랖) 내친김에 궁금한 걸 물었다.
"아 그러지않아도 날 더워지면 다른거로 바꿔야 하는데 고민이예요"
"아직 어려보이시는데?"(어쩌다가 붕어빵을 굽게 되었죠?)
"원래대로 하면 대학생이 되었겠죠 하하하 사정이 있어서요 "
"눈치껏 장소 잡는거 말고는 나름 재미 있어요"
아가씨는 웃으면서 붕어빵을 건넸다.
단발머리 파마 아가씨에게서 달콤하고 풋풋한 밀향이 났다.
붕어 6마리가 봉투위에 뻐끔 고개를 내민다.
따뜻한 봄날에
따뜻하게 구운 붕어빵을 파는 아가씨
일반적이진 않지만 특별한 당당함이 있다.
사람이 사는데 어찌 사연하나 없으랴
불판에 밀가루풀이 퍼지듯
내 사정도 니 사정도 그리 불에 구워지면서 좀 단단해지겠지~
오늘 나는
단발머리에 파마를 한 아가씨에게서 4천원으로 붕어빵과 기분좋은 설렘을 샀다.
누군가에게 좋은 기분을 준다는 건 생각보다 단순했다.
내일도 붕어빵 아가씨를 만나러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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