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봄 여름 가을 겨울

국수집 아주머니 손톱은 빨갛다

wind15 2025. 3. 21. 23:03

국수집 아주머니 손톱은 빨갛다
이상하고 신기한 일이다
하얀 국수를 삶아 찬물에 헹구고 헹구고~
그럴때마다 빨간손톱이 불쑥불쑥 튀어 나온다
그런데 오히려 그 모습이 정겹다
하얀 국수면에 빨간손톱이 갓 시집온 새색시 연지같다
 
족히 몇년은 썼을 누런 양재기에 
탱글탱글 뽀얀 국수를 휘감아 올리고
멸치를 푸욱 우려낸 국물을 넘칠만큼 붓고는 빨간 손톱을 반쯤 담가 내놓는다
이상한건 국수가 맛있다는 거다
처음 온 사람들은 
나가거나 신기하게 쳐다보면서 주위눈치를 살피거나 체념하거나 셋중 하나다
대부분은 그냥 먹는다
그리곤 단골이 된다 나도 그랬으니까
우리가 모르는 비밀 요리법이라도 있는 걸까?
 
빨간손톱 아주머니는 곱게 화장을 하고 손님을 맞는다
항상 머리양쪽에 빤짝이 핀을 꽂고
입술엔 꽃분홍 진달래빛 루즈를 바른다
어색한데 묘하게 잘어울리신다
그리고 언제나 활짝 웃으신다
"어여와라 시장하제 국시 말아줄텡께 모자라믄 말헌나 얼마든지 더 줄랑께로"
할머니 할아버지가 오시면 2000원만 받으신다
우리는 5000원 
어린이는 공짜다
분명히 차별대우를 대놓고 하시는데 아무도 아주머니 계산법에 토를 달지않는다
빨간손톱 아주머니 국수의 비밀을 알것같다
사랑. 배려. 관심.
이것이
세상살이에 지친 우리의 입맛을 살리는  특급 레시피였던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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