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와 소녀
비가 내린다 작은 빗줄기로 시작된 비가 이제는 제법 굵어지고 있다초록나무 사이로 하얀세라복을 입은 소녀가 걸어간다우산도 안쓰고 단발머리보다 조금 더 긴 머리는 비에 젖어 얼굴에 반쯤은 달라 붙어있다열네댓살 정도 되었을까 이제 막 피어난 분홍빛 철쭉도 그 소녀가 맘에 걸렸는지고개를 빼고 쳐다본다소녀는 계속 걸었고 비도 그런 소녀를 따라갔다무슨 사연이 있는걸까? 사연이 있기엔 아직 어린데? 소녀는 빗속을 걷고싶었다언젠가 한번은'비를 맞고 싶어 맞으면 기분이 어떨까'그래서 비가 내리자마자 무작정 나온거였다그 날은 소녀의 엄마가 사준 하얀세라복을 처음 입은 날이었다 내리는 비가 소녀의 얼굴에 부딪칠때 마다 미묘한 떨림이 왔다마치 이름모를 작은 꽃송이 위에바람이 살짝 얹혀서 흔들거리는 듯한 떨림을 몸으로 느끼고 ..
일상의 조각들
2025. 4. 20. 23:03